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빡빡한 인생/예비아빠

[출산후기 2/2] 진통 11시간. 자연분만 포기하고 제왕절개 선택

2011년 3월 13일 일요일 아침 병원에서 해를 맞이하다.

새벽 3시 30분부터 시작된 진통. 입실하고 3시간 30분 동안은 비교적 평안했습니다.

가끔 간호사가 와서 "자궁수축 느낌이 있냐"고 물어보는데  그런느낌 뭔지 알게뭐야!

마눌한테 물어봤습니다. "윤정. 그런 느낌이야?"

마눌이 대답했죠. "배가 아퍼" 라고 했습니다.

아마 다른 분들도 그렇게 말하실듯 하네요. 자궁수축 느낌은 대체 뭐야!

7시쯤 되자 해가 뜨더군요. 그때까지 진통은 느껴졌지만 우리 부부는 웃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어느정도 여유가 있었으니까.

모델들이나 한다는 그... 제모. 그걸 하더군요.


태동체크기는 계속해서 울립니다.

태동 체크시에는 한번 어떤 소리가 나는지 동영상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왼쪽에 보이는 빨간 숫자는 태아의 맥박, 오른쪽에 보이는 노란 숫자는 진통수치 입니다.

진통수치가 10 미만일때는 고통이 느껴지지 않지만 저정도 숫자가 되면 여자들 눈을 질끈 감습니다. 출산시에는 100까지 올라간다네요 휴....



자연분만을 위해 조금 더 노력해 보다.
- 진통 4시간 30분만에 50% 열림

진통을 시작한지 4시간 30분
정도 되었습니다.

자궁문이 50% 정도 열렸답니다.

그런데 문제는 아기가 위쪽에서 내려오질 않는다네요.

우리 마눌은 너무 힘들어 하고 힘이 쭉 빠진 상태였습니다.

8시 22분에 관장을 했습니다.

물론 남편은 나가 있으라 하더군요.

오전 11시 정도 되니 담당선생님께서 오셨습니다.

우리가 배추머리라 부르는 박병준 선생님.

오전 11시 30분쯤 촉진제를 맞았습니다.

진통이 자주 와서 아플거라고 하더군요.



촉진제를 맞다.

정말 촉진제를 연결한 후로는 진통주기가 엄청 빨라지고 마눌은 쉴틈없이 진통이 왔습니다.

문제는 우리 애가 내려오지 않고 머리가 커서 걸려 있다는것.

마눌은 너무 아파하는데 옆에서 아무것도 할수가 없어서 왔다갔다만 했습니다.

내가 대신 아팠으면 좋겠다는거. 그 심정 이해가 되더라구요.

병원에서는 진통이 올때 힘을줘야 아기가 내려온다고 힘을 준다해서 계속 줬습니다.

소리도 지르지 말래요. 힘이 세어 나간다고 ㅠㅠ

소리 못지르면 더 아픈데...

빨리 나오게 하기 위해서 강제로 양수를 터뜨리고. 마눌은 아파서 울고.

그 와중에 아이에게 산소가 부족해서 산소마스크를 썼습니다.

아무리 아는게 없다고 해도 산소가 중요하다는건 모르는 사람이 없겠죠~ 저희도 그랬어요.

그거 쓰고 답답할텐데도 아이에게 산소가 부족하다는 말에 끝까지 쓰고 있는 마눌.

마음속으로 몇번이나 다짐했습니다. 지금보다 두배는 잘하겠다고.



자연분만 포기. 제왕절개 선택

촉진제를 맞고 3시간 30분이 지났습니다.

오후 2시 30분. 진통을 시작한지 11시간이 되었네요...

10시간 이상 무리하게 힘을 준 마눌은 더이상 힘이 남아있지 않은듯 쭉 뻗었습니다.

보통은 초반에는 많은 힘을 주지 않고 출산을 위해서 힘을 남겨 두어야 하는데, 워낙 출산 전부터 애가 크고 해서 아기를 빨리 내려오게 하려고 온갖 힘을 다 썼죠.

3시간 이상 기달 봐도 아기는 더이상 내려오지 않고, 출산을 한다해도 힘이 남아있을지 모르는 상황이었죠.

짜증났던 것은 어떤 의사는 70%라고 하고 어떤 의사는 50%. 이거 어쩌라는 건지...

아기 머리는 걸려 있었고 마눌은 정신이 혼미한 상태.

전문의 여의사님의 한마디에 제왕절개를 결심하게 됩니다.

"애기 머리 꼬깔콘 되겠네 힘줘봐요"

무슨 말이냐 하면 애 머리가 오랫동안 자궁문에 걸려있어서 길게 찌그러 진다는 소리였죠.

잔인하기는... 사람이 죽어가고 있는데 쉽게 던지네.

더이상 진척도 없고, 힘도 없고, 고통도 한계가 오고 해서 제왕절개를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담당의사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네요.

담당의사는 식사하러 가셨습니다. 30분 정도 기다렸습니다. 그동안 마눌은 고통과 싸웠죠.

그리고 바로 준비해 준다하고 젊은 의사분이 오시더니 제왕절개에 대해 설명을 합니다.

1000명중에 2명정도 이런 증상이 있는 사람이 있고 이 수술은 무엇이며...#$@^@#

그게 귀에 들어올리가 있을까요? 됐다 됐다 다 알겠다고 하는데도 계속 말하네요 ㅠㅠ

마취는 전신마취 였습니다. 수면하는거 그건 기억 나네요.

마눌이 죽어가는데 자꾸 시간을 끄니 화가 났습니다. 무조건 알았으니 빨리 하자고 했습니다.

오후 3시 2분. 마눌이 수술실로 들어갔습니다.

문앞에까지 밖에 갈수 없더라구요. 할 수 있는 말도 없고. 그냥 눈물이 나데요.

문 넘어에서 혼자 떨거라 생각하니까 안스러워서.

그때 생각하니까 눈물이 나오려고 하네 휴~


수술후 회복실까지 2시간 정도 걸린다는데 정말...

그 시간이 초조하데요. 간단한 수술인건 아는데 가슴이 두근거리고 안정이 안됩니다.

'내가 정말 잘해줄 테니까 살아나와라 마누라.' 이 생각 하나로 수술실 앞에 2시간 있었네요.

그 와중에 사진을 왜 찍었느냐 하면, 마눌한테 잘할 것이라는 결심을 남겨두기 위해서 였습니다.



수술은 성공적

마눌이 회복실로 옮겨진 후 담당선생님께서 저를 부르시더니 이것저것 말씀해 주셨습니다.

"애가 커... 4키로야. 애가 커서 잘 못나오다 보니까 무릎이랑 팔이 멍들었는데 금방 없어질거야. 아기 머리가 껴서 자국이 났어."

멍이야 없어질거고. 아기가 큰거야 알았고. 자국이야 심각한건 아닐테고...

정작 듣고 싶은 얘긴 안해주더군요. 그 순간 아기생각보다는 마눌 생각만 났습니다.

"산모는요? 괜찮은거죠?"라고 물으니까 배추머리님은 고개를 끄덕이시면서 "잘~ 됐어. 이쁘게 꼬맸고" 라네요.

잠시동안 참았던 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렇게 시원할수가 없데요.

잠시후 마취가 덜깬 마눌이 수술실에서 나오고. 병실로 옮겼습니다.

안도의 미소와 함께 눈물이 또 나오려고 합니다.

'내가 정신 차려야 되는데..." 하는 생각으로 꾹 참고 정신 차렸습니다.

간호사들이 2시간 가량은 잠을 자지 않게 하랍니다. 계속 말 걸고 얼굴 만져주고 했네요.

보호자의 중요한 역활이죠. 잠들지 않게 하는거.

어디서 들은 말이 있는데 제왕절개 수술 하고 마취가 깨면 엄청 아프답니다.

캡슐처럼 생긴 무통주사를 달긴 했는데 그걸로는 역부족 인가봐요.

무통주사 하나에 15만원~20만원 정도 한다던데 2개 정도 맞을 생각으로 아낌없이 눌렀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간호사들이 그냥 한개만 맞으라더군요. 오바라고)

마눌 정신없는 와중에 애기 찾네요. 애는 잘 나왔어 건강하다고 했습니다.

마눌이 눈물 한줄기를 주르륵 흘렸습니다. 무슨 의미인줄 알겠더라구요.

뭔가 어른이 된 기분이 들었습니다.

남자로써 어깨가 무거워 진 기분. 내 등 위에 마눌과 아들이 올라가 있는 무게가 느껴지는듯 하네요. ^^ 기분좋은 긴장감 입니다.



태어난지 2시간된 둥둥이(이때까지 이름을 짓지 못해서 태명 둥둥이)

귀 위에 들어간 자국이 보입니다. (머리카락이 교묘하게 커버해주고 있음)

애가 눈을 뜨고 있더군요. 눈동자도 이리저리 굴리고 있고.

또한번 눈물이 날뻔한걸 참았네요. 입술이 엄마, 코는 아빠(사람들은 저주라고 합니다)를 닮았네요.

신생아 같이 생기지 않은 김연호의 탄생입니다.